암스테르담은 반 고흐와 렘브란트, 운하와 튤립의 도시로 유명하지만, 또 하나의 세계적인 명성을 가진 장르가 있습니다.
바로 전자 음악(Electronic Dance Music, EDM)입니다.
전 세계 클럽과 페스티벌을 뒤흔든 이 음악 장르의 기원과 진화를 한눈에 볼 수 있는 곳이 바로 오늘 소개해드리는 암스테르담 중심부에 위치한 전자 음악 박물관인 Our House입니다.
🏛️ 전자 음악의 유산을 담은 공간, Our House
Our House는 전자 음악 문화와 그 역사, 기술, 감성의 발전을 몰입형 전시와 인터랙티브 체험을 통해 전달하는 세계 최초의 전자 음악 박물관입니다. 2021년 암스테르담의 전설적인 클럽 ‘Club iT’가 있던 자리에 개관한 이곳은, 단순한 음악 전시 공간을 넘어 클럽, 박물관, 디지털 아트 갤러리가 결합된 하이브리드 공간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이 박물관은 EDM 팬뿐 아니라, 전자 음악에 익숙하지 않은 일반 관람객들도 충분히 흥미롭게 즐길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습니다. DJ 문화의 뿌리부터, 세계적인 페스티벌, 클럽 문화의 사회적 영향까지—음악이 사회와 개인의 삶에 어떤 변화를 가져왔는지를 총체적으로 조명하고 있습니다.
🧭 박물관 내부 탐방 : 전시 구성과 체험
Our House의 가장 큰 특징은 ‘정적인 전시’가 아니라 ‘움직이고 듣고 참여하는’ 체험형 공간이라는 점입니다. 총 75분간의 가이드형 투어를 통해 박물관 내부를 체계적으로 둘러볼 수 있으며, 전시 공간은 크게 다음과 같은 테마로 나뉘어져 있습니다.
- Roots of Electronic Music
전자 음악의 뿌리를 소개하는 공간. 디트로이트의 테크노, 시카고의 하우스, 독일 베를린의 일렉트로, 그리고 1990년대 유럽의 레이브 문화까지 다양한 지역과 시대의 음악적 흐름을 사운드와 시각적 연출을 통해 보여줍니다. 여기선 실제로 당시 사용되던 아날로그 신시사이저와 드럼 머신을 체험할 수 있습니다. TB-303 , Roland TR-808 같은 악기를 직접 만지고 소리를 낼 수 있다는 점에서 음악 마니아들에게는 감격적인 경험이죠. - Timeline Wall & Interactive DJ Booth
30m에 이르는 LED 타임라인 벽을 따라 전자 음악의 역사와 주요 인물, 클럽, 레이블, 기술 진화가 펼쳐집니다. Armin van Buuren, Carl Cox, Daft Punk 같은 스타 DJ들의 인터뷰 영상도 볼 수 있습니다. 음악을 몰랐던 사람도 이곳에서는 DJ가 될 수 있습니다. 바로 옆에는 가상 DJ 부스가 설치되어 있어, 관람객이 직접 트랙을 믹싱하고, 효과음을 조작하며 DJ의 세계를 간접적으로 체험해볼 수 있습니다. - Culture & Impact
전자 음악이 단순한 ‘파티 음악’을 넘어, 사회적 해방, 젠더 해체, 정치적 저항 등 다양한 문화적 역할을 해온 과정을 보여주는 섹션입니다. LGBTQ+ 커뮤니티의 자긍심, 벽을 허문 클럽 문화, 마약과의 연관성, 그리고 음악 산업에서의 기술 발전까지 폭넓게 다루고 있습니다. 전시 중간에 있는 인터랙티브 존에서는, 관람객이 음악에 맞춰 조명을 바꾸고 가상의 무대를 연출할 수 있습니다. 마치 하나의 클럽을 운영해보는 느낌입니다. - Immersive Finale : ‘The Show’
관람의 하이라이트는 마지막 ‘쇼룸’. 여기서 15분간 펼쳐지는 몰입형 멀티미디어 쇼는 마치 대형 클럽 페스티벌에 온 듯한 느낌을 줍니다. 360도 프로젝션, 진동 스피커, LED 조명, 그리고 특수 효과가 어우러진 공간에서 전자 음악의 정수를 온몸으로 느낄 수 있습니다. 이 마지막 공간에서 관람객은 단순한 ‘관객’이 아니라, 음악의 일부로 흡수되는 듯한 느낌입니다.
📍 방문 정보 및 주변 관광지
🕒 운영 시간
- 운영일 : 화요일 ~ 일요일 (월요일 휴관)
- 시간 : 오전 11시 ~ 오후 7시 (가이드 투어는 매 정시 출발)
*가이드 투어 사전 예약 권장
🎟️ 입장료
- 성인 일반 입장권: 약 €23
- 21세 이하, 학생: €18
- 단체 및 단체 이벤트 패키지 가능
- 티켓은 공식 웹사이트 또는 현장에서 구매 가능
📌 위치 및 교통
- 주소: Amstelstraat 24-26, 1017 DA Amsterdam, Netherlands
- 트램: 4, 9, 14번 – Rembrandtplein 정류장에서 도보 3분
- 지하철: Waterlooplein 역에서 도보 7분
- 근처 명소: 렘브란트 광장, 암스텔 강, 허미티지 미술관
- 박물관은 렘브란트 광장(Rembrandtplein) 인근에 위치해 있어, 암스테르담 중심 관광 루트에 손쉽게 포함시킬 수 있습니다.
음악이 박제가 아닌 ‘경험’이 되다
어느 날 저녁, 렘브란트 광장을 지나던 중 우연히 눈에 들어온 ‘Our House – The World’s First Electronic Music Museum’이라는 간판이 나의 여행 방향을 완전히 바꿔 놓았다.
처음엔 의문이 앞섰다. “전자 음악이 박물관이 될 수 있을까?” EDM은 나에게 클럽이나 페스티벌에서 흘러나오는 일시적인 흥분의 음악이었다. 하지만 문득, 그 이면에는 어떤 이야기가 있을지 궁금해졌다. 그렇게 나는, 비트의 역사 속으로 걸어 들어갔다.
Our House의 입장은 일반 박물관처럼 자유 관람이 아니다. 정해진 시간마다 입장하는 가이드형 몰입 투어로, 약 75분간 이어지는 전시 여정은 마치 잘 짜인 콘서트처럼 시작부터 끝까지 리듬을 갖고 있었다.
처음 들어선 공간은 어두운 조명과 묵직한 베이스음이 흘러나오는, 마치 클럽의 입구 같았다. 하지만 한 걸음, 또 한 걸음 이동할수록 나는 단순한 댄스홀이 아닌, 전자 음악이라는 장르의 근원과 진화를 직접 체험하는 공간으로 들어가고 있음을 깨달았다.
초반에 가장 인상 깊었던 전시는 1980년대 시카고 하우스와 디트로이트 테크노의 탄생을 조명하는 섹션이었다. 진열장에는 Roland TR-808, TB-303, SP-1200 같은 고전적인 장비들이 놓여 있었고, 단지 ‘보는’ 데 그치지 않고 직접 만지고 소리 내볼 수 있었다. 키 하나를 눌렀을 뿐인데, 내가 들어본 적 있는 수많은 트랙의 리듬이 거기서 시작된다는 사실에 소름이 돋았다.
그다음 섹션은 DJ 부스를 직접 체험해볼 수 있는 공간이었다. 가상의 믹서와 트랙이 준비된 화면에서 원하는 곡을 고르고, 템포를 맞추고, 효과를 추가해본다. 나는 이곳에서 생전 처음 DJ가 되어보았다. 비록 삐걱거리는 초보 솜씨였지만, 그 짧은 순간만큼은 진심으로 음악을 ‘다루는’ 사람이 된 기분이었다.
단지 기술과 장비의 역사만을 이야기하는 박물관이었다면, 이 박물관은 내게 이토록 큰 인상을 남기지 못했을 것이다. 진정으로 감동했던 부분은, 전자 음악이 사람들에게 어떤 자유를 주었는지, 어떻게 하나의 사회적 운동이 되었는지를 보여주는 전시였다.
1970~90년대 영국, 독일, 네덜란드의 언더그라운드 클럽 문화와 함께, LGBTQ+ 커뮤니티, 인종 간의 경계를 넘는 파티, 억압된 사회에서 음악이 해방의 수단이 되었던 수많은 사례들이 소개되었다. ‘클럽’이라는 공간이 단순한 오락이 아닌, 사회적 해방과 연대의 장이었다는 사실은 내게 깊은 울림을 줬다.
가장 극적인 순간은 마지막 쇼룸이었다. 몰입형 360도 영상과 프로젝션, 서브우퍼의 진동, 그리고 공간 전체를 휘감는 사운드. 나는 어느새 전시 관람자가 아니라 무대 위의 일원이 되어 있었다. 벽에 투영되는 레이브 영상들, 우주처럼 펼쳐지는 시각효과, 그리고 천장을 뚫고 들어오는 베이스. 마치 현실에서 벗어나 순수한 리듬의 세계로 빠져드는 느낌이었다.
그 짧은 15분간의 퍼포먼스가 끝났을 때, 나는 실제로 박수를 쳤다. 주변의 다른 관람객들도 나처럼, 약간 멍한 얼굴로 주변을 둘러보았다. 아마도 모두가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을 것이다. “이건 그냥 박물관이 아니야.”
박물관을 나와 렘브란트 광장을 다시 걸으며, 나는 전혀 다른 감각으로 도시를 느끼고 있었다. 바닥의 리듬, 트램의 철컥거리는 소리, 옆을 지나가는 자전거의 빠른 바람마저도 하나의 음악처럼 들렸다.
이전까지는 전자 음악을 ‘파티 음악’ 정도로 생각했지만, 이제 나는 그것이 어떻게 도시와 개인, 기술과 감성, 저항과 표현이 어우러진 문화적 언어가 되었는지를 이해하게 되었다. 그리고 그 중심에 암스테르담이 있었다는 사실도.
미술관이나 고성, 운하 유람선도 좋다. 하지만 여행 중 단 한 번쯤은, 이렇게 예상 밖의 박물관을 찾아가 보기를 추천한다. Our House는 전자 음악을 잘 모르는 사람도 충분히 즐기고 감동할 수 있는 공간이다. 무엇보다 이곳은 “음악을 듣는 곳이 아니라, 음악의 일부가 되는 곳”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