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을 하다 보면 익숙하지 않은 장소에서 우연히 마주치는 작은 박물관이 잊지 못할 경험을 선사하곤 합니다.
오늘은 고양이를 주제로 한 독특한 미술관을 소개해드릴 예정입니다.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는 고양이를 주제로 한 사랑스럽고 재미있는 미술관이 있습니다.
이름하여 KattenKabinet(카튼카비넷).
이름만 들어도 호기심을 자극하는 이 박물관은 고양이를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꼭 들러봐야 할 명소입니다.
🏛 고양이 미술관, 카튼카비넷은 어떤 곳인가요?
카튼카비넷은 1990년, 네덜란드의 사업가 Bob Meijer가 그의 반려묘였던 John Pierpont Morgan을 기리기 위해 만든 미술관입니다. 단순한 고양이 사진 전시가 아니라, 고양이를 주제로 한 진짜 미술 작품을 감상할 수 있는 공간입니다. 이곳에는 실제 예술가들의 손을 거친 작품들, 역사적 가치가 있는 포스터와 조각품, 그리고 희귀한 고양이 관련 수집품들이 전시되어 있어요.
박물관은 암스테르담의 운하가를 따라 위치한 17세기 건물 내부에 자리잡고 있어, 고풍스러운 인테리어와 고양이라는 테마가 묘하게 어우러집니다. 벽난로 옆에 앉아 있거나, 계단을 오르는 실제 고양이들을 만날 수도 있어요. 그야말로 고양이 애호가를 위한 천국입니다.
🕒 운영시간 및 위치, 입장료는?
위치:
Herengracht 497, 1017 BT Amsterdam, Netherlands
(암스테르담 중심부에 위치하며, 트램이나 도보로 쉽게 접근 가능)
운영시간:
- 화요일 ~ 일요일: 오후 12시 ~ 오후 5시
- 매주 월요일: 휴관
입장료:
- 성인: €10
- 학생: €5
- 12세 미만 어린이: 무료
예약:
별도의 예약 없이 방문 가능하지만, 인기가 많은 시즌(봄~여름)에는 온라인 예약을 추천합니다. 박물관 공식 웹사이트 또는 현장에서 티켓 구매가 가능합니다.
전시 내용 – 고양이에 대한 모든 예술
고양이 미술관이라고 해서 단순히 귀여운 고양이 그림만 전시되어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면 오산입니다. 이곳은 놀랍게도 피카소, 렘브란트, 톨루즈 로트렉, 스테인렌(Théophile Steinlen) 등 세계적인 예술가들의 고양이 관련 작품을 전시하고 있어요.
고양이가 등장하는 포스터 아트, 유화, 드로잉, 동상, 사진 등 다양한 형태의 작품들이 수집되어 있으며, 시대와 문화에 따라 고양이를 어떻게 바라보았는지를 자연스럽게 느낄 수 있습니다. 특히 벨 에포크 시대의 일러스트는 따뜻한 감성을 자극하며, 유럽 미술사 속 고양이의 존재감을 조명하는 데 큰 몫을 하고 있어요.
또한 고대 이집트의 고양이 미라 조각, 중세 유럽의 고양이 가면, 일본 우키요에에 나오는 고양이 그림 등 동서양을 아우르는 전시 구성도 흥미롭습니다.
😻 인상 깊은 전시품 Top 3
- Steinlen의 ‘Le Chat Noir’ 포스터 원본
파리의 고양이 카페로 유명했던 ‘Le Chat Noir’의 대표 포스터입니다. 포스터 한 장으로 시대의 예술 감성을 느낄 수 있습니다. - 피카소의 고양이 드로잉
단순한 선으로 표현된 고양이의 실루엣은 천재 예술가의 감각을 엿볼 수 있게 해줍니다. - 고양이 조각상과 고풍 가구 전시
박물관의 여러 방마다 고양이를 형상화한 다양한 조각상이 놓여 있으며, 역사적인 가구와 함께 전시되어 있어 집에 초대한 듯한 느낌을 줍니다.
🧭 여행 팁 및 주변 명소 추천
카튼카비넷은 암스테르담 중심부에 위치하고 있어 인근에 다양한 관광지를 함께 즐길 수 있어요. 아래는 함께 방문하면 좋은 명소들입니다.
- 블루멘마르크트 (Bloemenmarkt)
세계 유일의 수상 꽃시장. 꽃과 향기가 가득한 거리에서 쇼핑도 가능. - 렘브란트 광장 (Rembrandtplein)
박물관에서 도보 5분 거리. 다양한 카페, 레스토랑이 있어 여유롭게 식사를 즐길 수 있습니다. - 반 고흐 미술관 (Van Gogh Museum)
세계에서 가장 많은 반 고흐 작품을 소장한 미술관. 아트 투어로 이어지는 좋은 코스입니다. - 암스테르담 운하 투어
카튼카비넷이 위치한 헤렌흐라흐트(Herengracht)는 운하 중에서도 가장 고급스러운 거리로 유명합니다. 보트를 타고 도심을 여유롭게 감상해보세요.
🐾 왜 카튼카비넷을 방문해야 할까?
이 박물관은 단순한 미술관 그 이상입니다. 고양이라는 테마로 묶인 작품들이 예술, 감성, 위트를 동시에 담고 있어 관람하는 내내 미소 짓게 만들죠. 실제 고양이들이 느긋하게 돌아다니는 모습은 관람의 재미를 더해줍니다.
게다가 규모가 너무 크지 않아 부담 없이 1시간 정도 투자하면 충분히 둘러볼 수 있고, 암스테르담의 감성과 문화도 함께 느낄 수 있어요.
길 위의 미술관보다 더 특별했던, 털복숭이들의 궁전
암스테르담을 여행한다고 했을 때 대부분의 사람들은 운하, 튤립, 자전거, 그리고 반 고흐 미술관이나 렘브란트 하우스 같은 예술 명소를 떠올릴 것이다. 사실 나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박물관플레인(Museumplein)을 중심으로 예술과 문화의 향연을 즐기다가 문득, 조금 색다른 공간이 그리워졌다.
그때 내 시선을 사로잡은 곳이 바로 이곳이었다. 이름부터 심상치 않다.
고양이 박물관(KattenKabinet).
예술의 도시 한복판에, 그것도 굉장히 클래식한 운하 건물 속에 숨어 있다는 설명에 나는 더 이상 망설일 수 없었다. 이 박물관이 어떤 형태로든 내게 잊지 못할 경험을 줄 것이라는 예감이 강하게 들었기 때문이다.
박물관은 헤렌그라흐트(Herengracht) 운하가 내려다보이는 아름다운 고택에 위치해 있다. 겉으로 보기엔 그저 우아한 17세기 양식의 전통 가옥. 하지만 문을 열고 들어서는 순간부터, 이곳이야말로 진정한 고양이들의 왕국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입장료를 내고 안으로 들어가면, 과하지 않지만 확실한 테마가 방문객을 맞이한다.
바로 고양이를 향한 인간의 경외, 애정, 예술적 찬사가 조용히, 그러나 깊이 감도는 공간이다. 마치 고양이라는 주제 하나만으로도 전시 전체가 촘촘하게 짜여졌다는 느낌이 든다.
전시의 핵심은 고양이를 중심으로 한 예술 작품들이다. 반 고흐, 피카소, 렘브란트는 물론, 앤디 워홀과 같은 현대 예술가까지… 놀랍게도 이 작고 도도한 동물이 수백 년간 예술가들의 뮤즈였다는 것을 새삼 실감하게 된다.
벽에는 수많은 고양이 관련 포스터, 판화, 유화, 조각들이 걸려 있는데, 단순한 '귀여움'이 아니라 고양이라는 존재가 지닌 상징성과 깊이를 다채롭게 담아낸다.
고양이는 때로는 신비로움의 상징이 되고, 때로는 일상의 친구로, 또 어떤 작품에서는 죽음과 마법, 우아함의 비유로 등장한다.
그렇게 한 작품 한 작품을 따라가다 보면, 이 박물관은 단지 동물 애호가를 위한 공간이 아니라 인간과 고양이 사이의 문화적, 정서적 관계를 탐구하는 작은 미술관처럼 느껴진다.
고양이 박물관은 단순한 애묘인의 수집품 자랑이 아니다.
그 이야기의 시작은 한 남자의 다소 슬픈 이야기다.
이 박물관은 창립자인 윌리엄 메이어가 사랑하던 고양이 ‘J.P. 모건’을 기리기 위해 만든 공간이다. 그가 얼마나 고양이를 사랑했는지, 그리고 그 감정을 어떻게 문화적 유산으로 승화시켰는지가 고스란히 박물관의 결을 만든다.
박물관 곳곳에는 J.P. 모건의 생전 사진과 관련 일화들이 소개되어 있는데, 이 이야기를 읽다 보면 괜히 눈가가 시큰해진다.
고양이에 대한 사랑이, 개인적인 상실을 넘어 공공의 감상과 배움의 장소로 이어진다는 사실. 그 자체가 이곳을 특별하게 만든다.
이 박물관이 특별한 이유는 단지 전시물 때문만은 아니다.
이곳에는 실제 고양이들이 함께 살고 있다.
나는 2층 복도에서 뒷다리를 쭉 뻗고 자고 있는 고양이 한 마리를 만났다. 흠칫 놀라다가, 금세 웃음이 났다. 그 고양이는 내가 다가가든 말든 전혀 개의치 않고, 마치 이곳의 진짜 주인이 누군지를 보여주는 듯했다.
그뿐만 아니라, 곳곳에 놓인 방석이나 벽난로 위에서도 고양이들이 유유자적하게 누워 있다. 이들은 전시의 일부가 아니다. 이 공간의 주인이고, 큐레이터이자, 예술 그 자체다. 나는 한참 동안 벽난로 위에서 졸고 있는 회색 고양이를 바라보며 멍하니 앉아 있었다. 그 모습 자체가 하나의 정물화처럼 느껴졌다.
박물관을 나서는 길, 나는 생각했다. 이 공간은 그저 고양이가 귀여워서 오는 곳이 아니다. 물론 귀엽다. 그것도 아주 많이. 하지만 그 귀여움이 단순한 소비재로 끝나지 않고, 예술과 문화 속에 녹아들어 살아 있는 생명으로 자리하고 있다는 것. 그것이 이 박물관의 진짜 매력이다.
도시의 뒷골목이나 창가에서 조용히 자신만의 리듬으로 살아가는 고양이들처럼, 이곳도 그리 크지도, 화려하지도 않지만 확실한 존재감을 갖고 있다.
바로 그것이 내가 암스테르담에서 찾고 싶었던 ‘조금은 다른’ 경험이었고, 고양이 박물관은 그 기대를 충분히 넘겨주었다.
박물관을 나오며 운하 쪽 창을 바라보았다. 햇살이 물 위를 반짝이게 했고, 건너편 창문에는 고양이 모양 커튼이 살랑거렸다. 나는 한 번 더 이 도시가 좋아졌다. 그리고 고양이란 동물에 대해, 이전보다 조금 더 존중하게 되었다.
다음에 암스테르담을 다시 찾게 된다면, 미술관이나 유람선보다 먼저 이곳부터 들를지도 모르겠다.
왜냐하면 이 박물관은 단지 고양이에 대한 박물관이 아니라, 고양이와 인간이 함께 만든 아름다운 이야기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