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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인간적인 박물관 - 크로아티아 이별 박물관(Museum of Broken Relationships)

by 조아영조아 2025. 6. 2.

자그레브를 방문하는 여행자들에게 고요하지만 깊은 인상을 남기는 박물관이 있습니다.

우리에게 생소할 수 있는 이별 박물관은 사랑과 이별이라는 보편적인 주제를 예술적으로 풀어낸 공간으로, 자그레브를 방문하는 여행자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깁니다. 단순한 관광지를 넘어, 인간 감정의 복잡성과 아름다움을 탐구할 수 있는 특별한 경험을 제공하는 이곳을 꼭 방문해 보시길 추천합니다.

 

가장 인간적인 박물관 - 크로아티아 이별 박물관(Museum of Broken Relationships)
가장 인간적인 박물관 - 크로아티아 이별 박물관(Museum of Broken Relationships)

 

💔 박물관의 탄생 배경과 철학

이별 박물관은 2006년, 크로아티아의 예술가 올린카 비슈티카(Olinka Vištica)와 드라젠 그루비시치(Dražen Grubišić)가 이별 후 남은 물건들을 보관할 공간을 고민하다가 시작되었습니다. 처음에는 친구들의 기증품으로 구성된 순회 전시로 시작했지만, 2010년 자그레브에 상설 박물관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박물관의 철학은 단순합니다. 이별의 아픔을 공유하고 치유하는 공간을 제공하는 것입니다. 각 전시품은 기증자의 개인적인 이야기를 담고 있으며, 이를 통해 관람객은 다양한 감정과 경험을 공감할 수 있습니다.

 

🖼️ 전시 구성과 대표 작품

박물관에는 전 세계에서 기증된 약 3,500여 개의 이별 관련 물품이 전시되어 있습니다. 각 물품에는 기증자의 익명 스토리가 함께 제공되어, 관람객은 단순한 물건을 넘어 그 뒤에 숨겨진 감정을 느낄 수 있습니다.

 

대표 전시품 예시

  • "우유 거품기": 연인의 이별 후에도 남아 있는 일상적인 물건으로, 그들의 추억을 상기시킵니다.
  • "이별의 도끼": 이별 후 분노를 표현하기 위해 사용된 도끼로, 감정의 극단을 보여줍니다.
  • "결혼식 드레스": 결혼을 앞두고 파혼된 여성의 드레스로, 꿈과 현실의 괴리를 상징합니다.

이러한 전시품들은 단순한 물건이 아니라, 사랑과 이별의 다양한 형태를 보여주는 예술 작품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 방문 정보 및 주변 관광지

 

📍 위치 및 운영 시간

  • 주소: Ćirilometodska 2, 10000 Zagreb, Croatia
  • 여름철(6월 1일~9월 30일) : 매일 오전 9시 ~ 오후 10시
  • 겨울철(10월 1일~5월 31일) : 매일 오전 9시 ~ 오후 9시
  • 휴관일: 크리스마스, 신년, 부활절, 만성절

🎟️ 입장료

  • 성인: 7 유로
  • 학생, 장애인, 65세 이상: 5.5 유로
  • 15인 이상 단체: 1인당 5 유로
  • 박물관은 영어와 크로아티아어로 전시 설명을 제공하며, 한국어를 포함한 다양한 언어로 번역된 안내 책자도 마련되어 있습니다.

🏞️ 주변 관광지 추천

  • 자그레브 대성당(Zagreb Cathedral): 고딕 양식의 아름다운 성당으로, 자그레브의 상징적인 건축물입니다.
  • 돌라츠 시장(Dolac Market): 현지인들의 일상을 엿볼 수 있는 전통 시장으로, 신선한 농산물과 특산품을 구매할 수 있습니다.
  • 로트르슈차크 탑(Lotrščak Tower): 자그레브 시내를 한눈에 조망할 수 있는 전망대로, 매일 정오에 대포 발사가 이루어집니다.

 

 

내가 다녀온 이별 박물관 : 마음에 남는 이별의 기록들

낯설지만 끌리는 이름, "이별 박물관"
크로아티아 자그레브를 여행하던 중, 여행 책자에서 처음 이 박물관을 봤을 때 나는 솔직히 고개를 갸웃했다. “이별을 전시한다고?” 사랑도 아니고, 행복도 아니고... 이별이라니. 처음엔 호기심 반, 반감 반이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발걸음은 그곳으로 향했다. 왠지 모르게 마음이 당겼다. 어쩌면 나도 정리되지 않은 감정들을 끌어안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박물관 안으로 들어서자마자 나는 말없이 멈춰섰다. 크고 화려한 전시물은 없었다. 오히려 아주 작고 평범한 물건들이 가지런히 놓여 있었다. 낡은 곰인형, 오래된 운동화, 머리핀, 우유 거품기, 그리고 도끼까지.

그 옆엔 짧은 글이 있었다. 누구도 이름을 밝히지 않았지만, 그 글들은 누구보다 솔직하고, 누구보다 생생했다.

 

어떤 연인은 결혼을 약속했지만 현실에 무너졌고, 어떤 친구는 죽음으로 이별을 겪었다. 어떤 사람은 반려동물과의 작별을, 어떤 사람은 스스로와의 결별을 담담히 써내려갔다.

나는 그 짧은 이야기들을 읽으며 가슴이 저릿저릿했다. 그건 단지 이별의 기록이 아니라, 살아있는 사람들의 감정 그 자체였다. 수많은 전시물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건 도끼였다. 이별 후 분노를 억누르지 못한 한 여성이, 전 남자친구의 가구를 부수기 위해 사용했다는 도끼.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감정을 이렇게 표현할 수 있다니.

누군가에겐 충격적인 이야기일 수도 있다. 하지만 박물관은 이 사연을 감추거나 미화하지 않았다. 오히려 이별이란 감정이 얼마나 다양한지, 사람마다 그 아픔을 얼마나 다르게 마주하는지를 보여주는 사례였다.

그리고 나는 그 도끼 앞에서 생각했다. 나에게도 그렇게 풀어내고 싶었던 감정이 있었던 건 아닐까?

 

전시관을 돌며 나는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아무도 소리 내어 웃거나 떠들지 않았고, 모두가 자신의 감정에 잠긴 듯 조용히 걸었다. 어쩌면 이 박물관은 누군가의 이별을 통해, 내 안의 감정을 들여다보게 만드는 공간인지도 모른다.

슬프기도 했지만, 이상하게 마음이 따뜻해졌다. “나만 그런 게 아니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누군가의 짝사랑, 결혼 생활의 끝, 부모의 죽음, 반려견과의 마지막 날... 전 세계에서 온 수천 개의 이별은 모두 달랐지만, 하나의 공통점이 있었다. 그건 바로, 모두가 사랑을 했다는 것이다.

 

이별 박물관을 나와 햇살이 내리쬐는 자그레브의 돌길을 걸었다. 기분은 이상했다. 눈물이 날 것 같으면서도 후련했고, 아련하면서도 편안했다. 다른 어떤 명소보다도 이 박물관이 마음에 남는다.

나는 이곳을 “슬픔을 예술로 바꾼 곳”, “감정을 조용히 치유하는 공간”이라 부르고 싶다.

혹시 지금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도 누군가와의 이별을 겪었거나, 감정의 무게를 어딘가에 내려놓고 싶다면 크로아티아 자그레브의 이별 박물관을 추천하고 싶다.

 

사랑했던 모든 기억들이, 그리고 지나간 감정들이 조용히 안아주는 그런 곳이니까.